[人터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소장, “신뢰 없이는 탄소중립 이룰 수 없어”

-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KEY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참여
-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빠른 추격자’ 전략 벗고 새로운 ‘혁신’을 이뤄야
- 국내 기업 RE100 속도 내야... 탄소 감축 인센티브 및 PPA 활용 경제성 있어

[에너지환경신문 이건오 기자]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구 전체의 혼란과 위기에 못지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는 전 세계인이 체감할 정도로 그 양상이 심각해졌다.

본지는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소장을 만나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와 이에 대응해 다양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소장 (사진=에너지환경신문)

이 소장은 2018년 15세 나이로 학교를 결석하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 1인 시위를 벌였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의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됐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여름, 262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을 겪으면서 행동에 나서는데, 그해 8월부터 총선이 열리는 9월까지 학교를 결석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 마련 피켓 시위를 벌였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은 세계적 기후 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로 이어졌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반대하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시위에 동참하는 운동으로 번졌다.

이 소장은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지구가 보내는 위기의 신호가 점점 커지는데도 기성세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니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학생이 먼저 일어난 것”이라며, “그것이 확대돼 2019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 지금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추진에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그린딜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따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흐름에 동참했다”며, “청소년들의 열띤 요구를 통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라고 전했다.

탄소중립을 추구한다는 것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기존의 경제 체제에서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유지됐던 패러다임에 큰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제적인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2가지 과제가 던져진 것이라고 언급한 이 소장은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 공동의 과제와 새로운 녹색 경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국의 과제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시대 저탄소 경제 전환을 인식하고 재생에너지 3020과 그린뉴딜, 나아가 탄소 중립 같은 정책 방향을 세우게 됐다.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보다 세밀한 계획이 마련될 때”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과거의 방식대로 ‘열심’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며, “경제구조에서 제조업을 비롯해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큰 부분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연하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 위해 ‘신뢰 자본’ 필요해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는 등 탄소중립에 방향성을 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 분야도 좀 더 효율을 높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소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경로가 제시되고 있는데 기존 화석연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워낙 많아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보수적인 국제 에너지 기구인 IEA조차도 원자력이나 CCS(탄소 포집 및 저장)의 역할을 언급하고 있지만 에너지 공급면에서 재생에너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소장은 “국제적으로 에너지 외에 교통 수요를 줄이거나 비건 식생활을 하는 등 행태 변화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도 우리 여건에 맞는 길을 찾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이 또 강조하는 부분은 ‘신뢰’이다. 정부가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와 참여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뤄낼 수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기존에 화석연료를 쓰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았는데, 그러한 오래된 관행과 틀에서 탈피하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충격과 변화가 있겠는가 되물은 이 소장은 “낡은 화석연료 기반의 시스템이 붕괴되고 저탄소 에너지시스템으로 혁신적 변화가 진행되는 파괴적인(Disruptive) 전환 과정을 부드럽고 공정하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 확대’와 ‘산업 육성’ 기본 과제 충실... 소통과 신뢰로 풀어

2017년 12월 20일,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많아고, 잦은 정책 수정도 있었다. 시장 참여자들의 갈등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 소장은 “2017년에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은 보급 정책이다. 점차 시장이 성숙하면서 크게 제도 변화 없이도 보급이 증가하는 흐름이었다”며, “그러나 보급 목표를 더 높이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제도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문제 제기와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고 관련 협회들과 직간접적인 소통을 수시로 이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도 개선도 시장을 더욱 촉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기에 3년, 5년을 미리 앞서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를 가진 시민 소통과 인식 개선에 대한 내용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시장에 들어와 있는 참여자들은 본인이 이윤을 얻기도 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자립도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하는 사람들만의 잔치가 돼 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나무를 베더라도 태양광 설치가 탄소중립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육성 정책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사량도 늘었고, 유관 부처도 다양해지고 정치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태양광 시장은 연간 신규 설치량이 4GW를 넘어섰다. 전력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발전소만 9만개에 달한다. 시장 참여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이야기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로 인한 이해관계의 복잡성과 충돌이 있다고 언급한 이 소장은 “이러한 논란과 혼란 해결과 동시에 문제해결 비용을 줄여가며 ‘시장 확대’와 ‘산업 육성’이라는 기본 과제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계속해서 산학연과 소통하며 문제를 풀고 있다”고 전했다.

‘빠른 추격자’ 전략은 시기 놓쳐... 새로운 ‘혁신 기술’로 대응해야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광, 풍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한계와 이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우리 제조업 성장 과정에서의 특징을 조명한 이 소장은 “우리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반도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의 성장을 이뤄왔다”며, “선진기술을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면서 빠른 속도로 실력을 쌓아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산업도 초기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졌지만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에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 경쟁력까지 우리를 앞서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불리한 여건이 역전을 허용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이 불리하다. 인구가 조밀하고 토지를 굉장히 집약적으로 사용하면서 유휴부지를 찾기는 쉽지가 않고, 바람도 주로 산지나 바다에 있어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라며, “그러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시장이 형성되면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러한 혁신의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지배적인 미래 사회에서 이 소장은 “영농형, 수상, 건물일체형 태양광을 비롯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초고효율 태양광과 부유식 해상 풍력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풍력의 경우 터빈 기술 외에 하부 구조물, 케이블 등에 기술력을 높여가면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가 조언했다.

ESG 경영 실천 위한 국내 기업 ‘RE100’ 도입 ↑ 기대

기후위기에 오래전부터 대비한 구글, 애플, BMW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현재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300개 사가 넘는다. 이 소장은 오래전부터 RE100 도입을 강조해왔다.

이 소장은 “2015년 파리 COP21에 참석해서 처음 RE100이 론칭하는 것을 봤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가야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굉장히 신선한 캠페인이라고 인식했다”며, “당시에는 우리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지와 감수성이 좀 부족한 시기라 참여가 없었다면, 최근에는 공급체인에 있는 기업들이 거래 과정에서 RE100이 요구되면서 환경이 바뀌어 가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더욱이 ESG 경영이 일반화되면서 자발적인 RE100 참여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기업이 비용과 노력을 전혀 들이지 않은 채 기후위기에 동참한다는 명분만 가져가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실적도 인정해 주는 인센티브가 있어 기업들이 직접 PPA 계약 등을 활용한다면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소장은 “해외에서는 RE100 달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며, “우리는 시장 조건이 달라 정부에서 시장 환경까지 만들었음에도 정부를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속도감 있게 과감한 전략을 펼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소장과 에너지 및 환경 언론에 대한 조언도 구해봤다.

이 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계속해서 언급했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 하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방법론이 있어서 여러 시각의 정보와 뉴스가 생산될 수 있겠지만 에너지와 환경을 다루는 매체답게 어떠한 정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매체에서 여러 이해관계에 따른 모순된 기사가 나오고 방향성을 잃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이 아쉽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에서 진실과 정론에 충실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매체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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